화폐가치로 따지면 500원은 50,000원의 1%에 불과한데, 500원이 50,000원을 이긴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일반적인 500원을 50,000원과 비교하면 죽었다 깨나도 늘 1%에 불과하겠지만, 이런 동전을 하나 들고 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동전 제작연도에 ‘1998’이라 쓰여진 동전입니다. 1998년은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동전 발행을 거의 하지 못했고, 그 중에서도 500원 짜리는 수집가용으로 8,000 세트만 한정 생산했습니다. 이런 것을 소위 ‘민트 세트’라고 하는데, 시중에서 아주 드물게나마 볼 수 있는 ‘1998년 500원’ 동전은 바로 이 ‘민트 세트’에서 일부를 뜯어 내어 유통시킨 것이라고 합니다. 저 같은 일반인은 잘 이해가 안되지만, 화폐 수집가들 사이에서 이 동전의 가치는 요즘 시세로 대략 50만원 내외입니다.
‘1998년 500원’이 50,000원을 이기는, 그것도 10배의 격차로 능가하는 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희소성’ 때문입니다. 1998년이라는 연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해에 8천 개라는 적은 수량 밖에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가치를 지니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경쟁의 場’을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1998년 500원’ 동전이라도 상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은행에서 공과금을 낼 때는 그냥 500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화폐 수집 시장’이라는 영역으로 옮겨오게 되니까 게임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우리 직장인의 모습은 왠지 500원 동전을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이 사회에 통용되는 여러 가지 화폐 중 대략 중간 정도의 가치와 쓰임새가 있다고 여겨지는. 그래서, 가깝게는 1천원권 지폐를, 멀리는 가장 단위가 큰 5만원권 지폐를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과 비교하면서 부러워하곤 합니다. 하지만, 겉은 분명히 500원 같은 데, 알고 보면 50,000원 이상의 가치를 갖는 500원 동전들이 여러분과 제 주위에 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오랜 기간 자신의 전문 분야를 제대로 파고 들어, 토마스 프리드먼이 말한 바와 같이 다른 인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인재로 규정된, 그 ‘희소성’으로 인해 회사 내부는 물론, 전직 시장에서 다른 몸값이 매겨지는 그런 동전들 말입니다. 이뿐 만이 아닙니다. 직장생활의 경험 혹은 취미를 넘어 특기가 된 자신만의 노하우를 살려, 회사가 아닌 사회의 다른 영역으로 ‘경쟁의 場’을 이동해 그 가치를 새롭게 인정 받은 동전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본인의 노력과 의지 여하에 따라 누구든지 ‘1998년 500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끼리 위안이나 삼자고 드리는 말씀이 절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대 제 주위에도 잠재적인 ‘1998년 500원’ 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인 500원으로 거래되는 것에 그냥 만족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 종종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재의 직장에서 하루 하루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되, 조금 다르게, 멀리 내다보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더 많은 ‘1998년 500원’ 동전들이 시장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면서 이렇게 외쳐 주기를 기대합니다.
” 500원이 50,000원을 이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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